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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Psywen

<Prometheus>




Psywen


<Prometheus>

by Ridley Scott

SF / USA / 2094 / 123min / 18+



서기 2094년 1월 1일.

그 답을 알고자 했던 USCSS 프로메테우스호의 승무원들은 모두 죽었다.

이방인 하나와 비서 안드로이드 하나를 남겨둔 채로.



 나에게는 병이 하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축복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끔찍한 저주나 다름없으니 병이라 칭한다.


 나는 늙지 않으며, 죽지 않는다. 소생 불가능할 정도의 상처를 입어도 수 분 이내에 일어나 멀쩡히 걸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내 지능은 평범했으며, 신체 능력 또한 그리 좋지 않았다. 상처가 수복된다고 하여, 고통이 무뎌지는 것도 아니었으며, 아무리 죽을만한 고통을 겪어도 이 몸은 끊임없이 영혼을 옥죄고 있었다. 달리 좋아하는 것도 생기지 않고, 배를 곯더라도 죽지는 않았으나 허전함과 공허함을 껴안고 살았다.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내 생의 전부인 것 같았다.


 어느날, 그런 나에게 삶의 즐거움과 그 이유를 알려주겠다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좀 특이한 사람이었다. 인망이 좋은데다 비상한 머리를 가졌으며, 오만했다. ‘그냥 궁금해서.’라는 동기만으로 각종 질병과 재해를 해결하며 부유한 재단의 젊은 CEO가 되었다. 거기서 오는 타인의 인정이나 세간의 평과 따윈 아무래도 좋고, 자신은 그것들을 해결하는 것으로써 이 재미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이유를 깨닫는다고 했다. 그것이 그의 생에 걸쳐서도 영영 해결 못 할 과업이 될지도 모르고,



 어느덧, 그가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리고 나는 여전히 소녀가 되었을 무렵, 그는 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대신, 이상한 난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류의 기원이 본디 외계에 있다’라는 황당한 소리였다. 나이가 들어 헛소리하는 걸까 싶었는데 노쇠했음에도 그의 눈동자는 확신과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러니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나의 손을 잡고. 마치, 사랑 고백을 하듯이.


 “당신에게 꼭 죽음을 선물해줄게요.”



 그 대답을 듣고, 그제야 그가 찼던 것에 대한 무언가의 해답이 보일까 생각했었는데.

 그 꿈을 이루기도 전에 그는 세월을 이기지 못한 채 숨을 거두어버렸다.



 나를 두고.



 지도자 격 인물이 사라지고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는 걸 막기 위해 (사실은 시간이 넘쳐났을 뿐이다) 나는 연인과 함께 한가지 발명을 하나 해냈다. 이것이 [프시케 404]의 탄생의 시초였다.

 연인의 젊은 시절을 본떠 만들었으며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누구보다 유능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으며, 눈물을 흘리는 등의 감정 표현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고대 언어들을 수집, 분석해 유사시의 유적지에 적힌 언어를 실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었으며, 우주선을 조작하는 법까지 가르쳤다.

 언론에서의 평은 ‘마치 인류가 신인류를 창조한 것과 같을 정도의 완성도’라며 극찬했다.

 글쎄, 로봇은 로봇일 뿐인걸. 감정을 이해한다곤 했지 여전히 공감하지는 못했고 내게 하는 행동조차 전 연인이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애초 그의 이름(Psyche)과 달리 그에게는 영혼이 없으니까.

 “저는 당신이 살아갈 이유를 찾아주고 싶어요.”

 웃기는 소리였다. 연인조차도 내 삶의 이유를 찾아주지 못했는데, 피조물이 창조주보다 뛰어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다니. 그마저도 진부한데다가 실패작이었다. 내가 사실 그 안에 담고 싶었던 건 헤어진 연인의 영혼이었으니까. 그러니 이 모조품에 정이 들 리가 없다. 연민이 들 리가 없었다. 행동 무엇 하나 탐탁지 않고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없고, 텅 빈 주제에.

 그러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 마음은 우릴 만들었다던 그것들도 다를 바 없었을지도 모르지.

 그저 궁금해서. 단순히 시간이 남아서. 수많은 크고 작은 이유로 만들어둔 채, 마음에 차지 않아서 방치하거나 단순히 잊어버린 것처럼 우리 또한 그들에게 실패작이었던 걸지도.

 승무원들은 그 불합리한 결과를 미처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듯, 미치고, 절망하며, 죽어 나갔다.

기껏 찾은 창조주 또한 우리를 내치다가 결국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 지쳤다.

 역시 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찾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

 .

 .

 “... 웬디 님.” 누구도 답할 리 없었던 무전기 안에서

 “웬디 제인 클라리넷.” 목소리가 들린다.

 “들리세요?” 주변의 생체 반응은 이제 0을 가리키고 있다.

 “시끄러워. 자고 싶으니까 조용히 해.”

 “이번에야말로 돌아가실까 봐 두려웠어요.”

 “허, 너도 두려움을 알기는 해?”

 “그럼요.”

 “당신에게 배운걸요.”

 당신에겐 모든 것이 피곤하고 지루한 삶이지만.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싶진 않아서 절 만들었잖아요.

 “그러니 절 데리러 와주세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이제 저뿐인걸요.”

 여기에 있으면 영원히 숨이 막혀 컥컥대던지, 아니면 곧 배를 곯게 될 터였다.

 나는 분리된 목을 들어 조심스레 가방에 담았다.

 제집처럼 안락하게 가방에 담긴 프시케의 목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어요?”

 “그건 네가 알아서 찾아.”

 “그럼, 그들의 행성으로 가보는 건 어때요.” 질린 표정으로 웬디가 답한다. “왜 그런 곳을 가고 싶은데?”

 그는 잠깐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왜 당신들을 창조해놓고, 마음을 바꾼 것인지…. 궁금해서요.”

 “별로 이해할만한 것들은 아닐 것 같은데.”

 “알아요.”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나는 가방의 지퍼를 잠그곤, 새로운 우주선으로 향해 나아갔다.

 삶은 여전히 불친절하고 피곤하다.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으며, 예기치 못한 불행은 불로불사가 되더라도 생기곤 한다. 우리는 영원히 이 불합리함에 벗어날 수 없으리라.

 허나,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고, 자고 싶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면.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마지막이 다가오기 전까진 그 이유를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저는…. 불행해지지 않으려 하는 것조차 살고 싶다는 마음의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끝이 다가올 때까지 옆에 있어 드릴게요.”

 나도 역시 당신이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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